
문헌정보학부생으로서 도서관은 늘 관심의 대상일 것이다. 이는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있는 나에게도 해당한다. 세계 곳곳에는 그 지역의 문화와 필요에 따라 독특한 특징을 지닌 도서관들이 존재하며, 그 각각이 고유한 색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의 제목은 나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의 저자는 어떤 도서관을 소개하기 위하여 이런 책을 썼을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조금주 작가님의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도서관」은 해외의 독특한 도서관을 소개해주는 책이다. 이 책에 소개된 도서관은 일반적인 도서관들과는 차별화되는 독특함을 가졌다. 책을 보관하는 전통적인 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도서관도 있었으며, 과거의 도서관을 복원하여 다양한 기록들을 보존하는 도서관, 특정 연령대의 성장과 교육에 도움을 주는 도서관, 하나의 분야에 집중한 전문 도서관도 소개되어있다. 이처럼 소개된 사례들을 바탕으로 미래의 도서관에 대해 상상하고 도서관이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도서관」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도서관이 전통적인 책의 보관 및 독서 장소 제공이 공간이 아닌 실험공간으로 바뀌어가는 사실이다. 책에서는 해외의 다양한 도서관을 소개하면서 새로운 실험을 도입한 도서관들도 소개한다. 이를 통해 도서관은 단순히 정보를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공간에서 이용자와 사서 간의 정보를 상호교환하고 창작하는 공간으로 소개된다. 그 중, 3D프린터를 도서관에 들여놓아 메이커스페이스를 도입한 미국 뉴욕주의 페이엘빗 공공도서관과 어른들 없이 트윈 세대(10~13세 아이들)를 위한 도서관인 스웨덴 스톡홀름의 티오트레톤이 인상깊었다. 먼저, 페이엘빗 공공도서관의 경우 이용자들의 취·창업을 도모하기 위해 3D프린터를 도서관에 들여놓게 되었으며 그 결과 메이커스페이스가 생겨나게 되었다. 도서관에서 취·창업 정보를 찾는다는 것은 나에게 다소 생소하면서도 취·창업 정보도 이용자들이 원하는 정보라면 도서관에서도 제공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정보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3D프린터를 제공하며 도서관을 창작 공간으로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것도 인상 깊다. 책을 읽는 것은 간접적인 경험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상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천적인 영역으로 넘어가는 것도 꽤 중요하다. 도서관에 메이커스페이스를 만듦으로써 간접적인 경험에서 직접적인 경험으로 바로 넘어갈 수 있도록 제공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기계 몇 대를 들여놓는 것을 넘어, 도서관이 상상하고 실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할 수 있게 만든다.
티오트레톤은 나이에 따른 이용자 제한이 있으며 도서관 안에서는 신발을 벗는다를 제외하고는 규칙이 없다. 도서관은 보통 다양한 규칙이 존재하는 데에 반해 티오트레톤은 오직 10~13세 아이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독특한 공간이다. 이 대목만 읽고 처음에는 사립도서관이라고 생각했었지만 타 도서관들과 마찬가지로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립도서관이다. 여기서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규칙이 없는 점이다. 원래 도서관은 여러 가지 규칙들이 존재하는 공간이나 티오트레톤에서는 트윈 세대들을 위해 규칙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에 따라 티오트레톤의 사서들은 어린이 이용자들에게 권위적으로 대하지 않고 아이들이 먼저 말을 걸기 전까지는 대기 상태로 있다. 또한, 티오트레톤에서는 책을 읽는 공간뿐만 아니라 부엌, 재봉틀, 3D프린터 등 다양한 공간과 기계를 제공하여 독서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도와준다. 도서관에 부엌이 있다는 점이 매우 생소하게 느껴졌지만, 책을 읽는 동안의 음식 냄새는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다.
두 도서관 모두 일반적인 도서관과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도서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정적이고 조용함이다. 하지만 앞에서의 두 도서관은 사서와 이용자가 소통하는 소리에 도서관이 시끌벅적하며 다양한 활동을 하기에 매우 동적이다.
이러한 도서관의 다양한 실험을 보는 와중, 문득 전통적인 도서관은 이제 사라지는 것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도서관사의 관점으로 봤을 때 이러한 도서관들은 미래의 새로운 도서관들을 여는데 기여한 도서관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도서관의 형태가 성립되기 전에 과거에서부터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부터 다양한 도서관을 거쳐왔다. 그 과정에서 체인 북, 필사실, 목욕탕 등 과거에 존재했던 다양한 기능이나 형태들로부터 하나씩 벗어나며 변화해왔다. 도서관이 동적인 장소로 바뀌면서 새로운 이용자가 증가할 수 있지만, 기존의 도서관의 정적인 분위기가 좋았던 이용자들은 도서관을 떠날지도 모른다. 즉, 시대의 요구에 따라 변화하는 도서관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용자들도 충분히 존재할 것이다. 그렇기에 위와 같은 실험적인 도전을 하면서도 기존의 도서관의 조용한 독서 공간도 공존하는 복합적인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와 현재가 다투는 방식이 아닌, 나란히 나아가는 방식이다. 도서관의 이용자들은 다양한 요구를 가지기에 어떠한 한 형태로 고정되는 것도 옳지 않다고 생각된다. 앞으로의 도서관은 정적인 측면과 동적인 측면을 혼합하여 조용히 책을 읽는 공간과 상상력이 넘치는 창작 공간을 제공하는 도서관이 되길 바란다.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도서관」에는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독특한 도서관들이 많이 소개되어있다. 앞서 말한 두 가지의 도서관 사례 뿐만 아니라, 셰익스피어를 위한 셰익스피어 도서관, 친환경 가치를 결합한 녹색 도서관, 명문 귀족가의 사립도서관을 복원한 리카르디아 도서관 등 일반적인 도서관과는 차별화된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도서관들은 이용자의 기억 속에 각인되고 지역의 활력을 채워주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열린 도서관을 표방한 서울 강남구의 별마당 도서관이 독특하고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유명하다. 별마당 도서관은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위치한 도서관으로 실용성 위주보다는 책 테마파크 느낌으로 내부가 설계되어 있다. 해당 도서관은 코엑스몰에 사람을 끌어모으는 효과를 보인다. 별마당 도서관은 대화 가능, 책 열람 자유, 회원가입 불필요 등 다른 도서관과는 다른 독특함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독특한 도서관들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끌어들이도록 한다. 이를 통해 지역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독특한 도서관은 모두 많은 이용자들을 도서관으로 끌어들여 지역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다. 책에서는 이와 같은 사례로 방콕 재래시장의 올드 마켓 도서관 프로젝트를 들었다. 방콕 민부리 재래시장은 화재가 발생하면서 상업 중심 지역에서 인적 없는 공터로 변하게 되었다. 이를 재건하기 위해 진행한 프로젝트가 올드마켓 도서관 프로젝트이다. 민부리 주민들은 도서관 건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노력했다. 도서관 건립 과정은 지역사회를 바꿔놓은 성공적인 미담 사례로도 보도되었다. 도서관의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도시 재생을 시도하고 홍수를 염두에 둔 특이한 구조를 활용하여 독특한 도서관을 건립했다. 하지만 도서관 건립 7년이 지난 후, 이 도서관은 지역주민들조차 존재를 알지 못하는 도서관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이 도서관 프로젝트가 실패하게 된 원인은 도서관을 운영할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도서관 건립 이후 지속적으로 도서관을 관리하는 사람이 있어야했지만 해당 도서관에는 그런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는 평소에 자물쇠로 잠궈놓고 사람이 오면 문을 열어준다. 도서관 프로젝트의 실패는 인력 부족만이 문제가 아니다. 다른 문제는 지역 주민들의 관심 부족이다. 건립 과정에는 다들 관심을 가지며 참여했지만, 건립 이후에는 도서관의 존재조차도 모를 정도로 관심이 부족했다. 민부리 지역에는 이 도서관의 위치를 가리키는 표지판조차 하나 없었다. 프로젝트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민부리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것도 실패했다. 결국 올드마켓 도서관 프로젝트는 겉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들 중 하나지만 실상은 지역주민조차 모르는 대 실패한 도서관이 되었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 특이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도서관이라고 무조건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도서관은 건립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건립 이후 어떻게 관리되고 운영되느냐가 중요하다. 위 사례의 도서관은 관리부실로 인해 도서관 곳곳과 내부에 있는 담요, 베개에 먼지가 쌓이게 되고, 새로운 도서도 들어오지 않았다. 이는 도서관의 관심을 줄이는 데에 한몫했을 것이다.
“나는 좋은 도서관이 지역사회를 변모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p.62) 위와 같은 실패 사례를 접하고 난 뒤, 해당 구절이 인상에 깊게 남았다. 나 또한, 저자와 비슷한 입장으로 좋은 도서관은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단순히 도서관이 건립된다고 지역 사회에 활력을 넣어주는 것이 아닌 지역주민들의 꾸준한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 도서관은 건축이 아니라 지역 사회와 지역주민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도서관이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서와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지역주민이 필요하다.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도서관」에는 변화하는 이용자들의 요구에 맞게 도서관도 변화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책 속의 도서관들은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공간을 넘어 창의력을 발휘하는 창작의 공간, 트윈 세대만을 위한 성장과 교육의 공간, 지역 사회를 변모시키는 공간 등 특별한 공간을 제공해준다. 이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여 미래를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동적인 공간임을 보여주었다. 반대로, 건립 과정이 독특하고 아름다운 도서관이라 할지라도 지역주민의 관심 부족, 지속적인 운영 및 관리 부재로 인해 실패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도서관은 인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도서관이 아름답다 할지라도 이용자의 참여와 관심이 없다면 그저 공허한 구조물이 되어버린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도서관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도서관은 단지 지식의 보관소가 아닌 상상과 실천이 교차하는 공간이며 시대 흐름의 맥락을 품은 살아있는 유기체적 공간이다. 도서관의 미래는 특별한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평범한 개개인들의 참여가 모여 특별한 미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부터라도 지역에 존재하는 도서관들에 관심을 가지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